이수희 기자
[신간]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다…'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성진스님이 들려주는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절 마당에 앉아'
책 표지 이미지 [열림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무소유'로 깊은 울림을 남기고 떠난 법정(1932∼2010) 스님의 글을 선별해 '빛의 화가'로 유명한 김인중 신부의 그림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책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애를 쓰다 역설적으로 불행한 상황에 봉착하고 마는 무한 경쟁 사회의 현대인을 향해 즐거움과 고통을 구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관조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물질적 풍요 속에 무엇이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세태에 대해 법정스님은 "물건만 버리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아는 그 정신까지도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제목에서 말보다 침묵을 앞세운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말하지 않고 잠잠하게 있는 것이 왜 필요한지 돌아보게 한다.
법정스님은 "수행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세 번 돌이켜보아,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득이 된다면 말을 하라. 그러나 자신과 남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면 입을 열지 말라"고 옛 선사의 가르침을 들려준다.
특히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일보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냐"는 스님의 질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방과 거친 언사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긴 여운을 남긴다.
책에는 김 신부의 미공개 작품 30여점이 수록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그는 법정스님의 정신에 깊이 공감하며 작품을 선별하고 작업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름을 떨친 김 신부는 원색이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는 그림, 흑백이 교차하는 회화로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침묵의 가치를 역설한다.
열림원. 256쪽.
책 표지 이미지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절 마당에 앉아 = 성진 지음.
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해 온 성진스님이 힘들고 아픈 현대인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고 평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북 장수군 소재 성관사를 찾아온 이들이 스님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다양하다. 치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가 보잘것없이 느껴져서 괴로운 사람,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섭섭한 노년 여성 등 저마다 마음속에 번민의 씨앗을 품고 있다.
스님은 특히 화라는 감정을 어떤 심리보다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애초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화가 어떤 한 집에서 시작된 불과 같아서 빨리 끄지 않으면 온 마을을 다 태우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유한다.
만약 화가 습관처럼 자주 일어난다면 그 자리를 잠시 벗어나거나 명상을 통해 자신의 화를 관찰하며 분노라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막말에 상처받는 이들에게는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아프다. 나도 노력하고 있지만, 그런 말은 상처로 다가온다"고 차분하게 감정을 전해보라고 권한다.
김영사. 212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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