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기자
"오페라 '물의 정령'은 韓 전통에 담은 보편적인 이야기"(종합)
예술의전당 세계 초연작…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한국 문화 속 물의 역할 주목"
성악가 황수미 "인간과 자연의 관계 다뤄"…김정미 "세대 간 지혜가 전승되는 얘기"
'물의 정령' 김정미와 황수미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소프라노 황수미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2025.5.13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한국 사람들이 알 만한 물시계, 물의 정령을 이야기 속에 꿰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객들이) 접근하기 편하게 보편적인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예술의전당의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하 '물의 정령')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는 신작의 창작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물의 정령'은 물의 정령에 홀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시계 장인이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물시계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물과 시간이라는 인류 보편의 상징적인 테마를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공주와 장인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다.
핀스터러는 호주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오페라 '바이오그래피카', 영화 '다이하드 4' 등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해왔다. 그는 호흡을 맞춰온 호주 극작가 톰 라이트와 의기투합해 이번 오페라를 만들었다.
인사말하는 메리 핀스터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그는 물의 정령이란 소재를 가져온 이유에 관해 "(톰 라이트와) 작품을 만들면서 한국 문화를 공부했는데, 귀신 등의 이야기에서 물이라는 요소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을 극 전개에서 주요한 요소로 활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타악기를 통해 물의 소리도 표현하려 했다. 예술의전당은 관객의 몰입을 위해 공연 30분 전부터 파도를 담은 영상을 틀 예정이다.
핀스터러는 "저희 곡에서는 매끄럽게 끊임없이 흘러가는 느낌을 많이 주려고 했다"며 "워터폰이라는 악기도 활용해 물을 대표하는 소리로 들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잡은 메리 핀스터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공주 역할을 맡은 황수미는 "물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물의 정령'이 여성의 서사에 국한되지 않은 작품이라며 인간에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자 주인공 두 명이 이끌어가는 오페라이기보다는 현시대에 가장 이슈가 되는 기후변화 등이 모티브가 돼 시사적인 내용을 동화처럼 풀어나간다"며 "환경과 더불어 왕권, 일반 백성 등 지금 국내 상황에 비춰볼 수 있는 내용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인사말하는 황수미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장인 역할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세대 간 전승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세대 간 권력과 지혜가 옮겨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김정미는 "왕과 공주의 관계가 있고 물시계 장인과 제자의 관계가 있다"며 "두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건 맞지만, 둘만의 이야기라기보단 구세대(올드 제너레이션)에서 신세대(영 제너레이션)로 인생과 사회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편할 것"이라고 했다.
인사말하는 김정미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소프라노 김정미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이번 작품은 예술의전당이 최초로 선보이는 영어 오페라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였다. 예술의전당 측은 작품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면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활용했다고 한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은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로 오페라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며 "이미 K콘텐츠가 한국어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핀스터러는 "라틴어도 만나볼 수 있다"며 "영어도 라틴어를 바탕으로 만든 만큼 둘 간의 연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술의전당은 '물의 정령' 재연을 해외 극장에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만의 국립 타이중 극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도쿄 신 국립극장과 논의 중이다.
인사말하는 로빈 트리츌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테너 로빈 트리츌러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성악가들은 초연인 점을 들어 이번 공연이 쉽지 않다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시계 장인의 제자 역인 테너 로빈 트리츌러는 "모르는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 어떻게 하지' 싶었다"면서도 "작곡가가 제가 다르게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바꿔주고 도와줘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황수미는 "저는 악보를 받고서 '못 하겠다'고 했다"며 "핀스터러가 친절하게 수정해주고 제 요구를 많이 들어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불가능해 보였던 이 작품이 결과적으로 좋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 '물의 정령'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로빈 트리츌러가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5.5.13 mjkang@yna.co.kr
예술의전당은 이날 '물의 정령' 리허설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김정미와 트리츌러는 물과 시간에 관한 철학을 논의하는 물시계 장인과 제자를 각각 연기했다. 소쿠리 등의 소품이 한국을 연상시키면서도 "윌 유 티치 미(Will you teach me, 가르쳐 주시겠어요)라며 영어로 노래하는 성악가들의 모습은 색다른 오페라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출가 스티븐 카르와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은 성악가들과 소통하며 세부적으로 조율해갔다.
스티븐 오즈굿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드맨 워킹' 등을 맡은 지휘자로 다수의 초연작을 지휘한 경력이 있다. 스티븐 카르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넘나든 연출가로 2017년과 201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와 '피가로의 결혼'을 연출했다.
'물의 정령' 연주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합창은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맡는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 베이스바리톤 애슐리 리치, 테너 로빈 트리츌러,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연출가 스티븐 카르,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
2025.5.13 mjkang@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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