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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의 역사…신간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서양 역사의 아버지는 헤로도토스다. 그가 쓴 '역사'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 주변국의 풍습과 사건·사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기록물뿐 아니라 선장이자 상인으로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여러 사연을 주워 담았기에 그가 '역사'에 서술한 사건은 본질적으로 재미있었다. 가령 그는 페르시아 격언을 인용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맨정신일 때 그 결정을 재검토해보라. 반대로 맨정신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 결정을 다시 검토해보라"고 썼다. 그는 경구를 간결하게 정리하는 재주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그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일각에선 사물을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의 기반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꾸민 이야기"라며 그의 저술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로도토스를 경멸적인 의미에서 이야기꾼이라고 평가했고, 플루타르코스는 "거짓말의 아버지"라고 비아냥댔다.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후배 격인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의 대척점에 선 역사가였다. 헤로도토스가 다른 작가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낸 반면, 투키디데스는 전적으로 자신의 조사에만 의존했다. 또한 헤로도토스는 역사가 '유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역사학자의 임무는 일정한 분야에 제한을 두고 객관적인 진실을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신간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김영사)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코언이 쓴 책이다. 저자는 "역사를 연구하기 전에 먼저 역사학자를 연구하라"고 말한 역사학자 E.H 카의 관점에 따라 역사가의 역사를 살펴본다.


책에 따르면 역사가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다. 투키디데스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적 동기를 중시했고, 로마 시대 역사가 리비우스와 타키투스는 도덕적 교훈에 주목했다. 저자는 역사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를 역사가 집단에 편입시켜 분석하기도 한다.


저자는 역사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과거를 해석하는 과정이란 점에서 모든 역사 기록에는 역사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역사가는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필요한 법률, 정보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민족 전체에 활력을 주는 도덕과 사실 밑에 감춰진 "영혼"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멕시코 정복사'를 쓴 미국 역사가 윌리엄 히클링 프레스콧의 말을 인용하며 "가공되지 않은 원천적 자료들을 뒤섞고, 인물들에게 적절한 빛과 그림자를 던지는 소설가나 극작가로서의 다양한 역량도 (역사가는)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즉, 역사가에게는 헤로도토스와 같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투키디데스가 보여준 꼼꼼한 팩트 체크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주헌 옮김. 1140쪽.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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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13 15: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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